고 최동원 선수의 어머니 김정자 여사는 2년을 넘게 혼자 속을 끙끙 앓았다. 대학교수를 사칭한 사기꾼의 치밀한 사기행각에 거액을 사기당한 후에도 주변에 도움도 청하지 못하고, 혹시나 아들인 최동원 선수의 명예에 누가 될까 싶어 홀로 높은 성벽을 쌓고 자신을 그 안에 가뒀다. 하지만 여러 언론을 통해 이 사실이 알려진 뒤, 고 최동원 선수를 기억하는 수많은 야구팬들이 전국에서 응원과 위로를 보냈고, 사회 각계 인사들이 김 여사를 돕겠다고 손을 내미는 모습을 보며 결코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는 걸 알게 됐다. 김 여사가 이렇게 많은 사람이 저를 걱정해주고 위로해 주고 있다고 생각하니 가슴에 응어리가 한꺼번에 풀리는 것 같다며, 정말 고맙고 또 고맙다며 연신 감사의 마음을 표했다. 5월 22일 부산 사직야구장 광장에서는 최동원 기념사업회 주최로 고 최동원의 63번째 생일을 기념하는 행사가 무쇠 팔 최동원 동상 앞에서 열렸다. 이 자리엔 최근 김정자 여사의 안타까운 소식을 접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자리를 함께했다. 최동원 팬클럽 회원들과 기념회 사업회 관계자들이 참석해 고인을 기리고 김 여사에게도 응원을 보냈다. 팬클럽 회원들은 이날 준비는 물론 궂은일을 마다하지 않았다. 이날 프로야구 중계방송차 부산을 찾은 허구연 해설위원은 고 최동원은 물론 김 여사와도 인연이 깊다. 허 위원은 소식을 접하고 마음인 너무 아팠다며 김 여사의 사연을 안타까워했다. 프로야구 1년 선배이자 롯데 자이언츠 동료였던 김용철 전 경찰야구단 감독도 참석했다. 김 여사는 김용철 전 감독의 방문을 진심으로 반겼다. 기념사업회 관계자는 사기 피해 이후 그동안 어머님 표정이 어두웠는데, 반가운 사람들과 만나서 웃으시는 모습을 오랜만에 본다며 흐뭇한 표정을 지었다. 일주일에 2, 3번씩 아들 최동원의 동상을 늘 찾았던 김 여사는 사기를 당한 이후 한동안 이곳을 찾지 못했다. 극심한 스트레스로 건강이 나빠진 것은 물론 아들 볼 낯이 없다며 자신을 자책한 탓이다. 하지만 이날 많은 이의 격려에 다시 용기를 냈다. 행사를 앞두고 김 여사는 오랜만에 동상을 닦았다. 어머니 그만 닦으소 할 정도로 정말 구석구석 열심히 닦았다. 젊을 적에 정말 열심히 살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나이 먹고 이런 실수를 하다 보니까 부끄럽고 아들 앞에 나설 용기가 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많은 분들이 오셔서 아들 생일을 축하해 주시고, 저를 걱정해 주시니까 힘도 나고 마음도 가벼워졌습니다. 김 여사가 행사에 참석한 사람들에게 전한 감사의 말이다. 여론의 관심이 커지고 도움의 손길이 늘어나며 지지부진했던 김정자 여사의 사기 피해 사건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22일 김 여사는 언론 보도가 나간 뒤 검찰이 김 여사에게 사건에 관해 설명할 시간을 갖고 싶다는 의사를 전하면서 부산의 대표적인 인권 변호사 강윤경 법무법인 정산 대표변호사, 최동원 기념회 강진수 사무총장과 함께 부산지검 동부지청을 방문했다. 강 변호사는 담당 검사가 수천 페이지에 달하는 사건 관련 기록을 꼼꼼하게 살펴본 상태였다. 검찰에 서는 김 여사에게 사건 진행이 늦어진 이유를 차분히 설명해 드렸다고 전했다. 부산을 찾은 송영길 의원도 김 여사에 대한 지원을 약속했다. 최동원 선배는 신화 같은 존재라며 한국야구 불멸의 영웅 최동원 선수를 기리는 데 소홀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언론을 통해 소식이 알려진 뒤 롯데 구단에서도 연락이 왔다며 사건의 자세한 내용을 물어보고 불편하신 점은 없는지 관심을 보였다. 구단 대표이사, 단장이 바뀌어서 그런지 이런 부분까지 챙기는구나 싶어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해 사실을 알리면 아들의 이름에 누가 되고, 사람들이 손가락질할 것 같았다고 했다. 하지만 김 여사는 고 최동원을 기억하고 걱정하는 사람들을 보며 김 여사는 결코 혼자가 아니었다. 사람에게 받은 상처는 사람을 통해 치유된다. 걱정해주시는 여러분들을 위해서라도 제 건강을 돌보면서 더 열심히 살아가야겠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결코 더는 외롭지 않다는 김 여사의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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